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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없다

하버드 의대 교수 데이비드 싱클레어는 30년간 노화와 장수 연구에 몸담아 온 과학자입니다. 그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노화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 그것을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요.

 

그의 할머니 베라는 그가 네다섯 살이었을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자신도 죽고, 부모도 죽고, 키우는 고양이도 곧 죽을 것이라고. 그 말이 어린 싱클레어에게는 깊은 충격으로 남았고, 그것이 평생의 연구를 향한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는 열여덟 살에 박사 학위를 따고 미국에서 노화 연구소를 만들겠다고 결심했고, 실제로 그 길을 걸었습니다.

그가 지금 하는 말은 단순한 낙관론이 아닙니다. 실험실에서 동물의 노화를 실제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고, 인간을 대상으로 한 첫 임상시험이 수 주 안에 시작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인터뷰 당시 기준으로, 지금 이 글을 읽는 시점에는 이미 진행 중일 수도 있습니다.

노화는 세포의 정체성 위기다

싱클레어는 노화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몸은 컴퓨터와 같고, 노화는 소프트웨어가 손상되는 과정이라고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 즉 DNA 자체는 대부분 손상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세포 안에는 유전자를 켜고 끄는 제어 시스템이 있는데, 이를 에피게놈이라고 합니다. 젊을 때는 이 시스템이 정밀하게 작동해서 신경세포는 신경세포답게, 피부세포는 피부세포답게 기능합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이 제어 정보가 서서히 지워지고, 세포들은 자기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잊어버리기 시작합니다. 신경세포가 피부세포처럼 굴고, 피부세포가 신경세포처럼 행동하는 혼란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싱클레어는 이것을 세포의 정체성 위기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정체성 위기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 DNA 손상입니다. 세포가 위기에 처하면 에피게놈 제어 단백질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손상 부위로 달려갑니다. 수리 후에 돌아오기는 하지만 원래 자리를 완벽하게 찾지는 못합니다.

 

우리 몸에서 이런 사건이 매일 20조 번 일어납니다. 이것이 쌓이면서 노화가 진행된다는 것이 그의 핵심 이론, 노화의 정보 이론입니다.

노화를 가속하는 것들, 그리고 늦추는 것들

싱클레어는 DNA 손상을 일으키는 것들이 곧 노화를 가속한다고 말합니다. 흡연, 과음, 엑스레이나 CT 촬영, 장거리 비행, 심지어 록 콘서트에서 귀를 혹사하는 것도 귀 속 세포의 노화를 앞당긴다고 합니다. 자외선, 초가공식품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대로 노화를 늦추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 핵심 원리는 호르메시스, 즉 죽을 만큼 힘들지는 않은 역경이 오히려 몸을 강하게 만든다는 개념입니다. 세포가 위협을 감지하면 복구 시스템을 가동하고 DNA 수리 능력을 높입니다. 공복 상태, 운동, 사우나, 냉탕 입수 같은 것들이 모두 이 원리로 작동합니다.

 

그 중에서 싱클레어가 가장 중요하게 꼽는 것이 공복입니다. 식사를 거르는 것, 즉 간헐적 단식이 노화 속도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시르투인이라는 단백질과 관련이 있습니다.

 

시르투인은 세포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지휘자 역할을 합니다. 이 단백질이 잘 작동하려면 NAD라는 분자가 필요한데, 나이가 들면 NAD 수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집니다. 공복 상태가 되면 NAD 수치가 다시 올라가고, 시르투인이 활성화되면서 에피게놈이 안정을 되찾습니다. 단식이 노화를 늦추는 메커니즘이 바로 이것입니다.

 

싱클레어 본인은 아침을 거르고 오후 늦게 첫 끼를 먹습니다. 하루 14시간 이상의 공복을 유지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한 달에 한 번은 사흘 동안 먹지 않기도 합니다. 사흘이 지나야 세포 내 묵은 단백질들을 재활용하는 깊은 청소, 즉 샤페론 매개 자가포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식단과 보충제: 무엇을 먹을 것인가

음식에 대해서 그는 폴리페놀이 풍부한 식물성 식품을 강조합니다. 폴리페놀은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만들어내는 물질로, 시르투인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블루베리,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브로콜리, 마차 녹차, 견과류 등이 대표적입니다.

 

고기를 완전히 끊지는 않았지만 예전보다 크게 줄였다고 합니다. 식물에만 있는 폴리페놀 성분이 노화를 늦추는 핵심 경로인 시르투인, mTOR, AMPK를 모두 조절하기 때문입니다.

 

그가 복용하는 보충제 중 공개할 수 있는 것들로는 NMN, 레스베라트롤, 메트포르민 또는 베르베린, 스퍼미딘, 글리신 등이 있습니다. 그는 이것들을 매일 복용하지 않고 격일로 번갈아 가며 복용하는 방식, 즉 펄싱 방식을 선호한다고 말합니다. 몸이 같은 자극에 둔감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운동에 대해서는 숨이 찰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최소 5분씩 하는 것을 권합니다. 근력 운동도 중요하지만, 심폐 기능을 올리는 유산소 운동이 장수와 더 강하게 연관된다고 봅니다.

눈에서 시작하는 노화 역전 임상시험

싱클레어 연구팀이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은 눈에서 시작합니다. 세 가지 유전자를 담은 바이러스 유사 입자를 시신경 뒤쪽에 주입하고, 독시사이클린이라는 항생제로 그 유전자들을 6~8주간 활성화합니다. 그러면 세포의 에피게놈이 젊은 상태로 약 75% 되돌아가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생쥐 실험에서는 이미 여러 번 검증됐습니다. 시력을 잃은 생쥐의 시력이 회복됐고, 뇌, 피부, 다발성경화증, 근육위축가쪽경화증 등 다양한 조건에서도 같은 기술이 효과를 보였습니다. 영장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눈을 먼저 선택한 이유는 눈이 독립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무언가 잘못되더라도 전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첫 번째 시도로 가장 안전한 부위라고 판단했습니다. 눈에서 성공하면 간, 뇌, 피부, 그리고 전신으로 순서대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실험실에서는 동물의 조직 나이를 되돌리는 것이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닐 정도가 됐다고요. 학생들이 "오늘 귀를 젊게 만들었어요", "피부 노화를 역전시켰어요"라고 보고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합니다.

노화가 사라지면 질병도 함께 사라진다

싱클레어가 강조하는 핵심 논점 중 하나는 알츠하이머, 암, 심장병 같은 노인성 질환들이 사실 노화 자체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젊은 세포는 암세포를 면역계가 찾아내 제거하고, 손상된 단백질을 스스로 수리합니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이 방어 능력이 무너지고 그때 비로소 질병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생쥐 실험에서 알츠하이머 유발 유전자를 가진 생쥐의 뇌 나이를 되돌렸더니 치매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질병 자체를 치료한 것이 아니라 노화를 역전시켰을 뿐인데 질병이 함께 사라진 것입니다. 암세포에 에피게놈 역전 기술을 적용했을 때도 세포들이 정상으로 돌아오거나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례가 실험실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있습니다.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

싱클레어는 지금 30대라면 22세기까지 살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다만 영원히 사는 것은 아직 회의적이고, 그것이 가능해지는 특이점이 2040년대가 될 것이라는 레이 커즈와일의 예측에 대해서도 조심스럽다고 했습니다.

 

그가 확신하는 것은, 지금 올바른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이 기술이 계속 발전한다면 부모 세대보다 10~20년은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10~20년 사이에 기술이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인터뷰 진행자가 물었습니다. 지금 건강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면, 어느 날 스스로 이제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날이 올까요? 싱클레어는 단호하게 답했습니다. 그런 날은 없을 것이라고. 젊음은 그 어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고, 나이가 들수록 그 가치는 더 커진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노화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그 기술이 현실이 될 때까지 최대한 건강하게 버티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늘 하루를 가능한 한 잘 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