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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장을 보는 거의 모든 키워드가 매크로로 모이고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결국 물가를 끌어올리고 자산 가격을 흔드는 식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질문은 하나로 수렴합니다. 지금의 AI 투자 열풍은 버블인가, 2000년 닷컴 버블처럼 끝날 것인가, 주식은 어디까지 오를 수 있는가.

 

이 글에서는 KB증권의 2026년 하반기 전략 보고서, 일본 자본 회귀와 글로벌 금리 분석, 그리고 하워드 막스의 최근 행보라는 세 시각을 모아 정리해 보겠습니다. 다만 미래는 결정된 것이 없고, 우리는 여러 신호를 함께 보면서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빅테크는 스스로 멈추지 않는다

KB 보고서의 첫 명제는 AI 투자가 스스로 멈추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빅테크는 절대 자신의 의지로 멈추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네 가지입니다. 더 좋은 컴퓨터로 더 큰 모델을 돌리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스케일링의 법칙, 범용 인공지능을 향한 경쟁, 사용자를 먼저 묶어 두려는 플랫폼 선점, 그리고 지금까지 쓴 돈이 너무 많아 멈출 수 없는 매몰 비용입니다. 최상위권 모델 경쟁에서는 결국 누가 더 많은 컴퓨팅 파워를 가졌는지가 결정적이라, 지지 않으려면 투자를 멈출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다만 단서가 있습니다. 스케일링 법칙이 지금은 작동하지만, 서버를 백 배 늘려도 성능은 조금밖에 안 좋아지는 가성비의 한계가 언젠가 올 수 있습니다. 한때 실망스러운 모델로 우려가 커졌다가 곧 코딩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모델이 나오며 안도한 적도 있었고, 컨텍스트와 권한과 툴을 잘 버무리는 하네스 덕에 에이전틱 방향으로 능력이 계속 향상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보고서는 괜찮다고 단언하지만, 저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진짜 위험은 자본 공급자가 멈출 때

핵심은 빅테크가 스스로 케펙스를 줄이지는 않아도, 그 투자를 멈추게 만드는 외부 존재는 있다는 데 있습니다. 바로 자본 공급자들입니다. 지금 빅테크는 자기 현금만으로 투자하는 단계가 거의 끝나, 회사채와 벤처 캐피탈, 소프트뱅크나 국부펀드의 자금을 동원해 케펙스를 굴리고 있습니다. 이들이 돈을 더 넣지 못하게 만드는 방아쇠는 경기 둔화, 금리 상승, 오픈AI 상장 실패입니다.

 

금리 이야기는 과거 버블 붕괴의 패턴에서 나옵니다. 버블은 대체로 채권 금리가 의미 있는 최고점을 상향 돌파했을 때 시작됐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정부에 돈을 맡겨도 이만큼 주는데 왜 위험한 AI에 투자하느냐는 생각이 들어 유동성이 채권으로 빨려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닷컴 버블이 2000년 3월 정점을 찍은 것도 당시 2년물 금리가 1995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는 기준금리 왜곡 가능성이 낮은 10년물을 봐야 하는데, 의미 있는 지점이 5.0퍼센트와 5.3퍼센트입니다. 각각 코로나 시기 고점과 2007년 이후 최고치인데, 현재 4.4에서 4.5퍼센트 부근에서 이 선에 다가가면 시장은 리스크를 회피할 것입니다. 물가 쪽에서는 코어 CPI 3.0퍼센트 정도가 위험 구간입니다.

 

세 번째 방아쇠인 오픈AI 상장 실패의 뇌관은 소프트뱅크입니다. 오픈AI 투자를 위해 약 400억 달러를 차입해 2027년 3월까지 60조 원가량을 갚아야 하는데, 투자가 주식 형태라 상장이 실패하면 현금화가 막힙니다. 기존 부채 200조 원에 얹은 빚이라, 소프트뱅크발 금융 경색이 AI 인프라 투자 전체를 얼어붙게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4월 기준 앤트로픽 매출이 오픈AI를 추월한 사건까지 겹쳐 우려가 커졌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오픈AI를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매출의 핵심인 코딩 서비스가 빠르게 좋아지고 있고, 코딩이 AI로 대체되는 시장 규모가 워낙 커서 프론티어 랩들이 먹을 파이가 계속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일본 ATM의 종료, 30년 만에 바뀌는 토대

금리가 왜 이렇게 중요한지는 더 큰 그림에서 봐야 합니다. 미국 30년물이 2007년 이후 19년 만에 5퍼센트를 넘었고, 일본 10년물은 29년 만에 2.8퍼센트까지 올랐습니다.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엔화가 급등하자 일본은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했지만 돈이 부동산과 주식으로 몰려 버블을 만들었고, 1990년 붕괴 뒤 잃어버린 30년과 디플레이션에 들어갔습니다.

 

제로 금리, 양적 완화, 마이너스 금리로도 못 잡자 2016년 꺼낸 카드가 10년물 금리를 0퍼센트에 고정하는 수익률 곡선 통제, YCC였습니다. 0퍼센트로 빌린 일본 자금이 전 세계로 풀려 미국 채권을 사 주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여기서 나왔고, 일본이 30년간 전 세계의 ATM 역할을 했다는 말이 이것입니다.

 

그런데 전쟁발 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30년 만에 2퍼센트를 넘자, 일본은 2024년 YCC를 종료하고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에 들어갔습니다.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인 일본이 환헤지 비용 탓에 손해를 보면서 1분기에만 약 47조 원어치를 팔았는데, 2022년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이 큰손이 팔면 미국 장기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고, 중동 정세로 유가까지 겹쳐 도매 물가가 6퍼센트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일시적 현상일 수 없다는 데 무게가 실립니다.

 

이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새 연준 의장 케빈 워시입니다. 트럼프가 인하를 기대하며 데려왔지만 본인은 정통 매파로, 단기 금리는 내리되 자산을 팔아 장기 금리는 올리는 비대칭 실험을 구상해 왔습니다. 그러나 4월 CPI 3.8퍼센트, PPI 6퍼센트라는 인플레이션 재발 신호에 발목이 잡혀 단기 금리 인하조차 빨라야 연말로 미뤄질 전망입니다.

 

한국도 가계부채 비율이 임계치를 넘어 인하가 쉽지 않고, 환율은 1,500원대를 다시 넘었습니다. 외국인 매도가 컸지만 이는 삼성전자가 싫어서가 아니라 비중을 맞추는 리밸런싱 성격이 큽니다.

닷컴 버블의 교훈, 무엇이 먼저 무너지는가

닷컴 버블과 비슷하게 흘러간다면 대응의 결론은 찐 주도주를 놓지 말라는 것입니다. 당시 헬스케어, 금융주, 테크주가 함께 오르다 결국 핵심인 테크주가 끝까지 갔습니다. 지금 주도주인 AI 인프라를 붙잡되 나머지는 뒤처질 수 있고, 주도 업종이 하락을 시작하면 잠깐의 반등에 속지 말고 도망가야 합니다. 세대론으로 보면 1세대가 시스코와 엔비디아, 2세대가 퀄컴과 메모리에 대응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실적이 받쳐 주는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을 1.5세대로 보고 꿈에 더 가까운 로봇을 진짜 2세대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매도 순서도 명확합니다. 멀티플이 높은 것부터 먼저 무너집니다. 닷컴 때도 야후나 아메리칸 온라인처럼 멀티플이 100에서 300이던 주식이 시스코보다 먼저 빠졌습니다. 그러니 지금 팔아야 한다면 차세대 원전, 양자, 로봇처럼 꿈이 많이 묻은 주식이 먼저입니다. 보고서의 결론은 가장 오래 보유할 것은 실체가 있는 반도체이고, 먼저 매도할 것은 이익이 빈약한 로봇이나 우주 주식이라는 것입니다.

하워드 막스, 거장이 보내는 신중의 신호

사이클의 대가 하워드 막스의 포트폴리오에는 빅테크가 거의 없습니다. 해운과 천연가스, 금광 같은 시클리컬 딥밸류와 신흥국 자원으로 일관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는 닷컴 버블을 경고했던 바로 그 날짜에 다시 버블 메모를 내며 과도한 낙관, AI 과열의 전파, 소수 빅테크 의존, 패시브 자금 문제를 짚었습니다. 이후 메모들에서 일관되게 강조한 것은 AI 기술이 진짜인 것과 그 종목 가격이 적정한 것은 완전히 별개라는 점입니다.

 

그는 또 AI 매출의 상당 부분이 AI 회사끼리 서로 사 주며 만들어지는 순환 매출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결국 진짜 최종 사용자가 돈을 내야 성장이 지탱된다고 봤습니다. 클로드에게 AI 튜토리얼을 부탁했더니 기술과 수요는 진짜라면서도 가격의 적정성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대목도 인상적입니다. 가장 최근 인터뷰에서는 더 직접적이었습니다.

 

시장이 조금만 빠지면 사는 바이더딥을 반복하지만 지금은 결코 싼 게 아니며, 자꾸 사는 습관은 길게 보면 계속 비싸게 사는 셈이 된다는 경고입니다. 실제로 그는 나스닥 100과 에너지 ETF 풋옵션을 명목 5억 달러 규모로 새로 들였는데, 헤지 성격으로 보입니다. 드러켄밀러나 데이비드 테퍼 같은 다른 거장들도 2026년부터는 불안한 상황이라고 보는 쪽으로 견해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식은 어디까지, 무엇을 봐야 하는가

세 시각을 종합하면 그림이 또렷해집니다. 빅테크는 멈추지 않고, 천문학적 케펙스가 실제 매출로 전환되고 있어 1차 수혜주는 금리 5퍼센트 시대에도 살아남습니다. 그래서 지금 사도 된다는 것이 보고서의 입장입니다. 다만 진짜 위험 구간은 매출보다 미래 기대로 버티는 2차 수혜자입니다. AI 인프라를 빌려 쓰는 회사, 부품과 장비, 데이터센터 전력과 통신처럼 회사채 의존도가 높은 곳은 금리가 오르면 조달 비용이 늘어 이익이 제한됩니다. 한국 반도체는 HBM 점유율이 높아 엔비디아와 함께 가는 1.5차 정도의 위치입니다.

 

매도 신호는 명확합니다. 10년물 금리가 5에서 5.3퍼센트를 돌파하거나, 코어 CPI가 3퍼센트를 넘거나, 오픈AI 상장이 실패하면 주도주에서 탈출하라는 것입니다. AI와 반도체는 매출이 먼 미래에 발생하는 성장주여서 금리 상승에 특히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막스의 잣대를 더하면, 순환 매출이 외부 최종 사용자 매출로 옮겨 가는지, 멀티플이 성장으로 자연스럽게 내려오는지, 시장 심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매도 스타일에 정답은 없지만, 상승하는 주식은 비싸 보여도 굳이 팔지 않되 하락이 심해지는 주식에 물타기를 하지 않는 마인드는 참고할 만합니다. 고점을 미리 예측하기보다 고점 대비 충분히 빠지면 오른쪽 어깨에서 파는 식으로 늘 도망갈 준비를 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지금 매수한다면 손절을 각오하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거듭 강조하면, 지난 30년의 저금리 대안정기가 끝나고 고금리가 뉴노멀이 될 수 있는 만큼, 빚을 끌어모으기보다 자기 자금의 흐름 안에서 자산을 늘리는 시대가 왔습니다. 미래는 결정된 것이 아니니, 매크로 신호와 산업의 선행 지표를 함께 보며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이 가장 현명한 태도일 것입니다.